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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의 한글자막과 장애인을 위한 영화자막

2023.12.28 17:09:53


영화 ‘한산’은 다른 측면에서 일부 주목을 받았다. 한국영화에서 자막이 넣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닌데, 영화 후반 해전 상황을 그린 부분에 한글자막을 넣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영화 등 액션을 동반하는 영화는 음향을 중시한다. 문제는 음향을 부각하다 보면 말소리가 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한민 감독은 전쟁 장면의 음향을 살리면서 조선 수군들의 대사도 잘 전달하기 위하여 자막을 넣었다고 한다.(어린이동아, 2022.8.8.)

관련 기사도 여럿 올라왔는데, 한글자막으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일부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자막이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되었다는 기사가 상당수였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장애인 관객에게도 한글자막은 반가운 일이다..

‘장애인들도 영화관람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일관되게 나온 것은 1998년부터일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에 불을 지핀 것이 영화 ‘쉬리’이다. 당시 ‘쉬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당시 필자는 한 장애인단체에 일하고 있었는데, 필자도 이러한 목소리에 맞닥뜨렸다. 그래서 ‘강제규필름’에 무모한 요청을 했다. ‘쉬리’ 필름 한 벌을 무료로 빌려달라고 말이다. 다행히 취지를 이해한 강제규필름에서 흔쾌히 필름을 빌려주었다. 

그 필름을 가지고 동판 자막작업을 했다. 부랴부랴 서울 시내 문화회관을 빌려 장애인을 위한 특별상영을 했다. 장애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러한 욕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영화 비디오에 자막을 입혀 장애인시설에 보급하는 사업이었다. 영화를 볼 수 없었던 장애인들에게 가뭄의 단비였다. 2000년부터는 장애인영화제도 시작했다. 

당시 일반극장에서 장애인들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선호하는 영화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축제형태의 행사를 기획했다. 

행사 기간 극장의 좌석을 뜯어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고, 영화에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을 넣었다. 수어통역사 등 훈련된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모든 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에 대한 장애인들의 반응은 좋았다. 장애인들의 영화 등 영상관람 욕구를 분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제공되었던 한글자막이나 화면해설의 기법들은 방송의 장애인접근 환경을 구축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장애인들만이 아니라 영화인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운영에 필요한 경비 등 지원도 들어오고, 보청기 사용자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보청시스템 등도 접목되기 시작했다. 인지도가 있는 가수들의 무료공연도 이어져 장애인들이 영화만이 아니라 문화적 참여의 폭도 넓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같이 어느 극장에서든 영화를 본다는 것은 여전히 큰 벽이었다. 정치권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2005년부터 시작한 것이 ‘장애인 영화관람 정책사업’이었다. 

정책사업은 전국에 몇 개의 영화관을 지정해 한시적이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었다.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최소한이나마 해결해주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해당 영화에는 한글자막과 화면해설 등을 제공했다. 

영화 ‘한산’이 시도했던 한글자막 삽입, 이런 시도는 확대되어야 한다. 대사 전달의 목적만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한글자막 삽입을 논의하는 등 자막이 영화 제작을 하는데 필요한 요소로 정착되었으면 한다

출처 : 시사주간(http://www.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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